국민연금, 환율 급등에 '4자 협의체' 가동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 환율 안정에 나섰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환율 급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4자 협의체’를 가동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는 급격한 환율 상승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매파적 행보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10월 27일, 환율은 1300원 고점을 기록하며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기업들의 채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중소기업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환율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와 수익성 감소로 이어져 경영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4자 협의체’는 외환당국, 국민연금,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계자로 구성되었으며, 환율 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조율을 담당한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자산 운용 규모가 막대하여,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 자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환율 변동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 안정시키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의 환율 안정화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압력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 해결 없이 인위적인 시장 개입만으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율은 시장의 자율적인 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 김도훈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환율 안정화 노력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환율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른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율의 장기적인 추세는 미국의 통화 정책과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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